불길 번지는 세계 통화 전쟁..갈피 못잡는 원화 어디로? 본문
불길 번지는 세계 통화 전쟁..갈피 못잡는 원화 어디로?
일본, 공격적 정책 예고…엔저 심화될 듯
EU도 디플레 우려에 돈 풀기 강화
미국, 금리 올려 절하 경쟁 부채질 예상
한국, 성장·안정 함께 잡아야 할 판
'통화 스와프' 체결이 안전판 될지 관심
올 한 해 동안 달러(미국)·유로(유럽)·엔(일본)·위안(중국) 등 세계 주요 통화 간 벌어지는 전쟁 틈바구니 속에서 '원화'의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통화·재정 당국은 '통화 스와프(맞교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 중·일·유럽·미 통화전쟁
주요국의 통화 전쟁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자국 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확대를 유도해 세계 경제 침체의 충격을 줄여보자는 전략이다. 다른 나라를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근린 궁핍화 정책'으로도 불린다. 주요국이 통화 정책 '공조'에 나섰던 2008년 위기 직후와는 180도 다른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2년 4개월만에 1년 만기 대출금리를 0.4%포인트 낮추는 등 예금·대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중국은, 올해에도 완화적 정책 기조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연내 1~3차례 정도 지급준비율 인하 등 추가 완화 조처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준율은 일반은행이 예금 중 예금 인출 요구에 대비해 중앙은행에 적립하는 자금의 비율을 뜻한다. 이 비율을 내리면, 시중엔 돈이 더 풀릴 수 있다. 스위스계 은행 유비에스(UBS)는 중국 인민은행이 연내 1년 만기 대출금리를 0.5%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말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일본 아베 정부는 올해에는 더 공격적인 통화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국외 투자은행(IB)들은 앞다퉈 엔화 약세를 점치고 있다. <블룸버그>가 취합한 28개 투자은행의 올해 엔화 가치 전망을 보면, 올 1분기엔 달러 당 엔화가 120.6엔, 2분기 122.5엔, 3분기 124.1엔, 4분기 125.5엔으로 시간이 갈수록 엔저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16.99% 하락한 바 있다.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럽연합 쪽도 돈풀기 강도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11월 네덜란드의 모기지채권(MBS)을 직접 사들인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더 많은 규모와 빠른 속도의 돈풀기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2일(현지 시각) 독일 현지 언론과 한 신년 회견에서 "올 초에 (부양책의) 규모, 속도, 구성요소 등을 조정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준비를 다 해놓았다"고 밝혔다.
나홀로 성장 중인 미국만 표정이 다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해 10월 테이퍼링(국채·모기지 채권 매입 축소)를 마무리한 데 이어, 올해에는 연방기금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지난한 해 동안 이어진 달러 강세 현상을 더욱 부추겨 달러외 나머지 통화 간 가치 절하 경쟁을 더욱 촉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 한국의 선택지는?…'통화 스와프' 만지작
한은은 지난해 말 발표한'201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기준금리는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운용한다"고 밝혔다. 경제 회복세 지원을 위해 완화적 통화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미국발 금리 인상 충격에 대비해 돈줄을 죌 수도 있다는 취지다.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뜻이지만, 그만큼 운신 폭이 좁다는 것을 한은 스스로 고백한 것이다.
성장 회복 지원을 위해 금리 인하를 직간접적으로 요구하는 기획재정부 쪽에선 통화 스와프 계약을 맺어 한은의 금융 안정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통화 스와프는, 미국 등 안전 통화를 갖고 있는 국가와 유사시 일정 비율로 통화 교환을 가능토록 해 원화의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것을 뜻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는 한-미 통화 스와프를 통해 급격한 자금 이탈을 누그러뜨린 바 있다. 다만 영국·캐나다 등 일부 국가만 제한적으로 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는 미 연준이 추가적인 스와프 체결 확대를 꺼리고 있는 게 정부 고민이다. 기재부 핵심 관계자는 "현재로선 달러 스와프 협정 체결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우선적으로 캐나다와 영국 등과 통화 스와프 체결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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