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재테크 사용설명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부(富) 그 자체보다도 부(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하나씩 모아가는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부(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법은 물론이고 다양한 투자기법, 금융상품, 돈 되는 지혜의 세계로 초대하겠습니다.
너도 가지고 있니? 나도 가지고 있다!
얼마전 '응답하라 1994'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필자 역시 오랜만에 90년대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즐겁게 시청한 기억이 난다. 특히 삐삐, 일명 벽돌이라 불리는 거대한 핸드폰 등의 소품이 등장할 때는 잠시 '그땐 그랬지'라는 향수에 빠지기도 했다.
필자가 고등학교 때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같이 어울려 다니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특정 브랜드의 청바지를 사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그리 유행에 민감한 성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브랜드 청바지를 내 친구들 모두가 입기 시작하자, 나만 그 청바지를 입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나만 소외받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감으로 번지고 말았고, 결국 소외감을 이기지 못한 나는 어머니에게 다짜고짜 유명 브랜드의 청바지를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당연히 어머니는 아들의 기나긴 투쟁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너도, 쟤도, 걔도 모두 가지고 있니? 그럼 나도 가지고 있어야겠지! 소위 '남이 사니까 나도 산다!' 이러한 현상을 경제용어로 밴드웨건 효과라 한다.
밴드웨건 효과란?
밴드웨건 효과는 미국 서비스 개척시대에 금광 발견 소문이 나면 너도나도 마차를 타고 몰려드는 현상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흔히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밴드웨건 효과는 남들이 사면 나도 산다는 심리를 대표하는 법칙이다.
밴드웨건 효과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야가 바로 상품 마케팅이다. 대표적인 예로 유명인을 활용한 '셀럽 마케팅'이 있다. '셀럽'이란 celebrity(유명인)의 줄임말로 연예인, 스포츠스타, 유명인사 등을 활용하여 그들이 이용하는 제품이므로 당신도 사용해야 한다고 유혹한다. 밴드웨건 효과를 잘 활용하는 대표적인 채널로 홈쇼핑도 빼 놓을 수 없다. '매진임박', '이제 수량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주문량 폭주!'와 같은 멘트들은 남들이 다 사고 있으니 당신도 주문해야 한다는 무언의 암시를 내포하고 있다.
사람들은 왜 밴드웨건 효과에 열광할까?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 우리는 무의식 중에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에는 분명 어떠한 이유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A, B 두 가지 상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내 눈에는 B가 좀 더 조건이 좋은 것 같다. 헌데 다른 100명 중 다른 99명이 모두 A를 선택했다고 한다면 어떨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구매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다수의 선택에 내가 모르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들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량이 많은 상품일수록 더 잘 팔리고, 남들이 남긴 상품평을 확인하는 것 역시 밴드웨건 효과 때문이다. 또한 처음 여행을 간 낯선 지역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을 때는 사람이 바글바글 거리는 곳에 가라는 말 역시도 밴드웨건 효과의 긍정적인 예이다.
투자시장과 밴드웨건 효과
투자시장 역시도 이처럼 이유 없이 몰려든 사람들의 규모를 보고 몰려드는 소위 ‘남이 사니까 나도 산다’ 라는 심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령, 유명한 애널리스트가 특정 종목을 우량주로 지목하면 다음날 해당 종목의 주가가 상한가를 보이거나 매수주문이 집중되어 있는 주식에 또 다른 매수가 집중되는 것 또한 밴드웨건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부동산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자 너도 나도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리더니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거듭하자 너도 나도 부동산 팔자에 목을 메고 있다. 이 또한 밴드웨건 효과의 대표적인 예들이다.
투자상품이나 투자종목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잘 알지 못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투자하는 상품이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남들이 많이 선택한 종목에 투자한다. 상담 창구에서 ‘어떤 상품을 가입하시겠어요?’라는 창구직원의 질문에 ‘남들이 가장 많이 가입한 상품’을 문의하는 것은 다반사고, 심지어 은행에 ‘고객들이 가장 많이 가입한 상품’이라는 플랜카드가 대문짝만하게 붙어있는 경우도 있다. 정작 문제는 이러한 심리가 투자의 성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가 투자에 실패하는 이유
대부분의 개인투자자가 실패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주식의 가격만 보고 투자하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보통 위험자산에 투자하므로서 얻게 되는 추가 수익을 ‘리스크 프리미엄’이라고 한다. 리스크 프리미엄을 활용해 위험자산의 기대수익률을 구하는 공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위험자산의 기대수익률 = 무위험자산의 수익률 + 리스크 프리미엄’
쉽게 말해 리스크 프리미엄이란 국채나 예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대신 위험한 자산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일종의 추가적 기회비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리스크 프리미엄과 주가 사이에는 반비례 관계가 성립한다. 만약 A라는 기업의 주가가 10,000원이고 주당순이익(EPS)이 1,000원이라고 해보자. 이때 PER(주가/EPS)는 10이 되고, 이는 투자원금을 이익을 통해 회수할 수 있는 기간이 10년 정도가 될 것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를 연간 기대수익률로 환산하면 7.2%정도가 될 것이라는 사실도 유추할 수 있다. 이때 만약 국공채 등의 무위험 자산의 이자율이 4%라고 가정한다면 A라는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부담한 위험에 대한 대가. 즉, 리스크 프리미엄은 3.2%(기대수익률-무위험 이자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 주식의 다른 변수가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만약 주가가 12,000원으로 올랐다면PER는 12가 되고 리스크 프리미엄은 1.9% 수준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반대로 주가가 내려 8,000원이 된다면 PER는 8이 되고 같은 원리로 리스크 프리미엄은 5%가량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A기업 주식의 기대수익률= 4%(무위험 자산 수익률) + 3.2%(리스크 프리미엄)
*같은 조건에서 주가가 상승하면 기대수익률이 하락해 리스크 프리미엄이 적어지고,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기대수익률이 상승해 리스크 프리미엄은 커진다.
이 같은 원리로 리스크 프리미엄이 갑자기 높아지면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진다. 이때 손실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이 막연한 수익만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당연히 패닉에 휩싸여 도망가기 급급한 상황을 연출하기 마련이다. 반대로 주식시장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고점에 다다르게 되면 리스크 프리미엄은 현격하게 줄어들게 된다. 리스크 프리미엄이 줄어드는 것은 투자수익률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함에도 불구하고 이 때가 되면 하나 둘 주식시장으로 투자자들이 몰려든다. 이른바 높을 때 사고, 쌀 때 파는 악순환의 반복인 셈이다.
투자의 기본은 '비쌀 때 팔고 쌀 때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주 쉬우면서도 어려운 명제다. 하지만투자시장에서 쏠림현상이 발생하게 되면 대부분 비쌀 때 사고 쌀 때 파는 우를 범하기 쉽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식시장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드는 때는 ‘누가 주식으로 큰 돈을 벌었다더라’라는 말들이 횡행하는 고점기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정작 주가가 쌀 때는 주식시장에는 팔려는 사람들만 우글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의 최고의 부자이며 투자의 귀재라 하는 사람 중 한명인 “워렌버핏”은 월 스트리트에 살지 않는다. 그가 ‘월 스트리트’에 살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외부의 환경에 자신의 투자 철학과 상황이 영향 받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잘 모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투자의 세계에서 다수를 따르는 것은 그다지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무조건 반대로 행동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냉철함을 갖는 것은 투자자로서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모든 사람이 맞다.” 라고 얘기하는 것은 반대로 “모두가 틀렸다”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또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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