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富者 모시기.. "부동산도 굴려드려요"

은행들의 富者 모시기.. "부동산도 굴려드려요"

       

국민銀, 고객과 都心상권 투어… 신한銀, 부동산 중개업무 추진 우리銀, 똑똑한 집짓기 세미나… 하나銀, 리모델링 컨설팅 제공日은행들 부동산으로 큰 수익, 한국은 서비스 유료화가 과제

 

조선비즈|김신영 기자

 

"처음 집 공사를 시작할 때 어느 시공사를 찾아가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계약을 할 때도 전문 용어가 너무 많고…."

지난 27일 오전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 중·장년 40여명이 모였다. 집을 지어 보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날 두 시간 동안 열린 세미나에선 설계 도면 보는 법, 시공 계약서 작성 시 주의사항, 시공 업체를 선정할 때의 주의할 점 등 집 짓는 과정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똑똑한 건축주 만드는 우리빌드'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 행사 주관 회사는 건설 회사가 아닌, 우리은행이었다. 이 은행 고객자문센터 김용환 차장은 "은퇴 후 전원주택 등을 꿈꾸는 PB(프리이빗뱅킹)센터 고객 중에 집 짓는 과정의 여러 어려움에 대해 은행에 문의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어 관련 세미나를 마련했다. 예상보다 호응이 좋아 앞으로도 비슷한 세미나를 더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금리 장기화로 고객들이 다양한 투자처 물색에 나서면서 개인 고객들의 '돈'을 굴려주는 서비스에 집중해온 은행들이 부동산 관련 서비스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금융 업계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 부동산 관련 자문이나 서비스를 늘려 달라는 요청이 계속 늘고 있다. 은행 역시 예금·대출 금리 차 외에 새로운 수익 창출원을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라 부동산 서비스에서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고객 데리고 상권 탐방, 리모델링 컨설팅까지

국민은행은 고객 10여명을 뽑아 부동산 업계에서 화제가 되는 상권으로 직접 데리고 나가는 '고객과 함께하는 도심 상권 투어'를 지난여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홍익대 앞, 역삼동, 이태원 등 '목 좋은 상권'을 국민은행의 부동산 전문가와 함께 직접 둘러보는 프로그램엔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투자 희망자들이 몰렸다. 짭짤한 상가 임대료 수입을 노리는 고액 자산가들이 주로 참여한다. 행사 참가자들은 부동산 전문가에게 해당 지역의 거래 사례, 임대 수수료, 계약 시 주의점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상권을 직접 둘러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상가 투자에 대한 관심은 계속 높아지는 가운데 섣불리 투자를 해서 손실을 본 자산가들이 적지 않다. 고객들의 결정을 위한 상담 서비스 차원에서 시작한 행사인데 반응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아 연말까지 20차례 정도 비슷한 탐방 행사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대료·관리비 수납 등 부동산 관련 자금 관리 서비스만 제공해오던 하나은행은 최근 건물 신축과 리모델링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했다. 은행 고객을 대상으로 부동산 신축·리모델링 타당성 검사, 설계, 시공 등의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하나은행 신탁부 배정식 팀장은 "지난 4월 하나은행을 통한 신축 건물 '1호'를 시범적으로 선보인 이후 PB센터의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문의가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어 조만간 '하나은행표 신축·리모델링' 2호, 3호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은행 부동산 중개 서비스 가능"

지난해 자본시장법이 개정된 것도 은행의 부동산 서비스 확대에 불을 지폈다. 지금까지 은행은 신탁 재산을 제외하고는 부동산 중개 관련 업무는 하지 못하게 돼 있었지만 지난해 8월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은행도 부동산 중개 관련 업무를 취급할 수 있게 됐다. 신한은행은 이달 초 금융감독원에 부동산 서비스 확대를 위한 '투자자문업 등록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승인이 난다면 부동산 중개를 할 수 있는 첫 은행이 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존의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거형 아파트가 아닌 30억원 이상의 수익형 부동산을 주로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부동산 업무 영역을 계속 확대하고 있지만 이런 서비스들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대부분의 서비스가 말 그대로 고액 자산가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무료로 제공된다. 한 시중 은행 PB업무 담당자는 "일본의 미쓰비시 UFJ 신탁은행, 유럽의 BNP파리바은행 등 일본과 유럽 은행들은 부동산 중개와 감정 평가 등 다양한 서비스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고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