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진의 경제전망대]잘나가는 미국증시 부럽지 않은 까닭 미국 증시가 연일 상승 랠리를 펼치는 것에 반해 한국 증시는 상승 대열에서 동떨어진 채 박스권을 맴돌고 있다. <매경DB> 최근 증시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 주가가 도대체 어디까지 오를 것인가’와 ‘한국 증시가 세계 증시와 언제까지 동떨어져 움직일 것인가’다.
최근 1년간 코스피가 제자리에 머무는 동안 S&P500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20%가량 올랐고 독일 DAX도 15% 이상 뛰었다. 주가가 오른 곳은 선진국뿐 아니다. 신흥국 중에도 인도, 브라질, 대만 증시는 지난 1년간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30%나 올랐다. 반면 다른 나라 증시와 코스피의 괴리는 더 커졌다. 선진국에서 흘러들어온 자금이 각국 증시를 끌어올리는 동안 왜 하필 한국 증시만 그 상승 대열에서 빠진 것일까.
근래 한국 증시가 무기력했던 이유는 크게 3가지다 . 첫째는 그간 치솟았던 중국 주요 도시들의 집값이 빠지고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한국도 수출 중심으로 빨간불이 켜졌다.
둘째는 선진국 경기 역시 세계 경제를 이끌 정도로 회복세가 강하지는 않았다. 중국 경기가 주춤하는 사이 미국 혼자서 세계 경제를 떠받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지막으로 한국 증시가 외국인의 눈길을 온전히 끌지 못한 이유는 아직은 자국 주식에 대한 매력이 높았기 때문이다. 눈앞에 매력적인 주식이 잔뜩 쌓여 있는데 굳이 국경을 넘어 위험을 감당할 동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어떨까. 향후 세계 경제가 회복될수록 한국과 세계 증시의 격차는 그만큼 좁혀질 것이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7월 중순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당초 계획(2015년 하반기)보다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고용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회복될 경우 임금이 오르고 소비가 느는 것에 비례해 수출에 의존하는 주변국 경기도 함께 회복될 것임을 뜻한다. 그간 바이코리아를 망설였던 외국인들을 한국 증시로 끌어들일 수 있는 중요한 촉매다. 이른바 돈의 힘으로 먼저 오른 증시를 한국과 같은 수출 중심형 국가가 실물의 힘으로 쫓아갈 수 있는 동인이 될 것이다.
코스피, 미국 등 세계증시 괴리 커 한국 기준금리 인하 등 호재 기대 탈동조화현상 완화가능성 주목해야
더욱이 미국의 경우 오는 10월경 양적완화(중앙은행이 시장에서 채권을 직접 매입하는 조치)를 끝내면서 국채수익률이 올라가는 반면 한국은 한 박자 늦은 내수 부양 조치로 오히려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은 대조적 상황에 들어간다. 물론 그렇다고 기본적으로 전 세계 돈줄을 쥐고 있는 미 통화정책 당국이 당장 현재 제로금리를 느닷없이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각국 금융 시장을 위협할 유동성의 총량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그 안에서 나라별 자본 이동에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앞으로 웬만한 규모의 세계 증시 중 국채금리 대비 주식의 매력이 한국보다 더 높아질 나라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대다수 국가가 이미 금리는 내렸고 주가는 올라 있는 반면 한국은 그 반대 상황이기 때문이다. 코스피의 경우 주식의 기대수익(주당순이익/주가비율)과 국채금리 격차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6.5%포인트에 달해 있다. 향후 기준금리가 인하되고 기업이익이 돌아선다면 투자 매력은 더 커질 것이다.
어찌 됐든 당분간 한국 증시는 더 이상 다른 나라 주가와 크게 따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신흥국과 세계 증시의 연동성이 금융위기 이후 계속 떨어져 지금은 과거 평균 수준까지 와 있는 만큼 확률상 신흥국 주가가 선진국 주가와 더 벌어지기는 어렵다. 닷컴 열풍이 불던 2000년에도 미 증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올랐지만 한국 주가가 이에 따라붙기 시작한 것은 투자 열기가 거의 막바지에 달한 1999년 중반부터였다.
특히 지금은 한국 주식의 매력이 채권금리와 근래 가장 많이 벌어져 있어 세계 증시에서 코스피의 상대적 강세를 노려볼 만할 때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68호(07.30~08.05일자)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