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소득 과세방침 이후, 주택시장에 나타난 거래 백태(百態)
함영진
논어」 자장 편에 선신후행(先信後行)이라는 구절이 있다. 먼저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일을 해야 그 일이 잘 시행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임대소득 과세방침으로 주택시장 회복에 부정적 파장을 불러온 「2·26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과 「3·6 보완조치」를 보면서 정책입안자들이 돌아보아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
의식주(衣食住)와 밀접한 부동산시장의 새로운 정책과 제도는, 그 파급효과가 민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보다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검토되어야 한다. 제도시행에 앞서 수요자(임차인)와 공급자(임대인) 양측 모두 충분한 이해와 공감을 얻지 못한 채 상명하달(上命下達)식 지시를 하면 국민들은 자신들을 괴롭힌다고 여기고 자극에 대응하여 음성화된 편법을 찾게 된다.
소득세법 등 임대소득 과세정비와 월세소득공제 실효성을 확보할 법 개정 추진이 6월 국회에서 최종 판가름 날 예정이나, 세금을 내는 것에 대한 집주인의 부담감은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세입자에게 전가되며 주택시장 거래에 백태(百態)를 양산하고 있다.
첫째, 주택매매시장의 거래동결이 우려된다. 연 초 수도권 주택시장은 거래량과 가격상승으로 응답하며 매매 회복세에 힘이 실린 낙관적 분위기였다. 하지만 임대소득 과세방침이 논란으로 떠오르며 설익은 정책설계는 구매시장 혼선으로 이어지고 수요자들의 심리위축과 거래관망 움직임을 불러왔다.
소득집계의 투명화로 과세형평을 바로잡겠다는 순기능보다는 국세청 과세자료 활용에 대한 우려감와 소득노출로 인한 준조세(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인상을 꺼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구입을 유보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매매시장 거래 확대를 통해 실수요자를 자가로 분산시켜 전세시장에 쏠린 가격상승 압력을 낮추고자 했던 정책목표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자가와 차가시장이 톱니처럼 맞물린 주택시장은 결국 수급 불균형이 초래될 것이다.
둘째, 임대소득세는 세입자의 조세전가(tax transfer)로 이어질 것이다. 임대주택 공급부족이 만성화 된 서울 도심 일부는 집주인이 과세 분을 임대료 및 관리비 상승분에 포함시키거나, 연말정산 경정청구로 실효성이 떨어지는 걸 알면서도 일단 월세 세액(소득)공제를 신청하지 않는 조건의 임대차 계약을 세입자에게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되고 있다.
셋째, 집주인이 아예 세입자를 가려서 받는 부작용도 크다. 요즘 봉급자보다 근로소득과 무관한 자영업자나 과세미달자, 월세 소득공제 대상이 아닌 총 급여 7천만 원 이상 고소득자를 우선해 임대차하겠다는 집주인이 있다고 한다. 향후 부과될 세금 부담을 감안하여 세액공제 신청을 안 해도 될 세입자만 가려서 받겠다는 뜻이다. 월세 소득공제는 근로소득자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에 687만 명에 달하는 자영업자는 월세소득공제 혜택을 볼 수 없고, 근로소득자 가운데 과세미달자(2012년 기준 과세미달자 516만 명)는 연말정산 할 필요가 없으니 월세세액공제를 신청할 수 없는 연소득 7천만 원 이상 소득자와 합쳐 과세사각지대 허점을 노린 것이다.
게다가 세원노출을 꺼리는 집주인들은 세입자의 확정일자 날인 관행도 바꾸고 있다. 지난 2월25일 「과세자료 제출법」시행령에 따라 3월부터 국세청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전월세 확정일자 자료를 받아 조사키로 하면서 확정일자를 주민센터에서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①임대차계약서에, 공증기관에서 확정일자인을 찍어 주는 방법과, 법원·등기소의 공무원 또는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확정일자인을 찍어주는 방법 이 있다. 국세청에 과세자료가 안 넘어가는 법원·등기소나 공증기관에 확정일자를 받도록 유도하면 임대인은 과세자료 누출 염려를 덜게 된다. 최근엔 확정일자 날인보다 집주인이 비 선호(담보력 등 주택담보대출에 애로가 생길 것을 우려하기 때문임)했던
②전세권 설정등기를 오히려 적극 권하는 집주인도 있다고 한다.
세입자의 주거비를 낮춰주고 세입자를 보호·지원하겠다는 확정일자와 소득공제 제도가 집주인의 세금을 노출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을 양산하는 문제점이 이미 시장에 현실화되고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의 고통으로 연결되고 있다. 주택 임대차 시장 선진화방안은 정부가 임대소득 과세의 투명성을 강조한 측면에서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하지만, 급작스런 세원양성화와 어떻게 활용할지 모르는 과세자료 노출에 불안해하는 다주택자들의 심리를 헤아리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점들이 주택시장 전망의 불확실성으로 확대 재생산되며 거래시장 교란이나 2.26대책의 순기능을 퇴색시킨 모양새다.
6월 본격적인 법 개정 이전인 이제부터라도 시장의 고통을 해소하고 그 의견을 받아들이는 하의상통(下意上通)이 필요하다. 시장충격을 고려해 소규모 영세 임대인의 임대소득 비과세기간을 2년 유예에서 3~4년 유예 등으로 늘린다던지, 분리과세 단일세율(14%)을 소득세 최저세율인 6% 수준으로 낮추는 방향을 고려할만하다. 확보된 임대소득 과세자료도 국세청 세무조사에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지 않도록 주택임대소득 고액 대상자로 최소화해 주택시장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시장 혼선을 지금이라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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