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정보(부동산 관련)

"숨겨진 '목', 찾는 이가 임자!", 상가 분석 전문가 3인의 노하우

LBA 효성공인 2014. 1. 8. 12:14

 

"숨겨진 '목', 찾는 이가 임자!", 상가 분석 전문가 3인의 노하우|

 

최승호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사는 정지석(56·가명)씨는 지난해 25년간 다닌 회사를 명예퇴직하고 자영업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동년배 친구들이 카페, 프랜차이즈 음식점, 패스트푸드점에 투자해 큰 돈을 벌진 못해도 나름 재미를 붙여 일하는 것처럼 보였다.

정 씨는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을 내볼까해서 집 근처 부동산 중개업자를 만났다. 마침 연남동에 가게가 많이 들어서고 유동인구도 늘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러나 중개업자는 “사람 많다고 장사 잘 되면 누가 망하겠느냐”며 “장사 잘되는 곳은 임대료가 그만큼 비싸기 마련이니 발품 팔며 돌아다니며 다시 연구해 보라”고 조언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줄지어 퇴직하면서 상가 창업이 꾸준히 늘고 있다. 주식과 주택 시장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편의점, 카페, 음식점 창업 말고는 퇴직 후에 할게 없다는 말까지 나돈다. 그러나 막상 창업하려고 해도 프랜차이즈에 가맹하지 않지 않으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부동산 중개업체에 기웃대며 ‘목 좋은 자리’를 찾으면 엄두도 못 낼 권리금과 임대료 붙어있다는 대답만 들을 뿐이다.

상가 창업의 왕도는 무엇일까. 유통·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발품’이라고 말한다. 빈 상가 자리나 찾을게 아니라 유동인구, 거주민 수, 거주형태, 소비행태, 교통수단, 동선까지 꼼꼼히 살펴야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편의점은 유통·부동산 업계에서 상권분석의 정점에 서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럼 편의점 업계는 어떤 방식으로 출점을 결정할까. BGF리테일(CU)의 이철환 개발6부장, GS리테일의 이준 점포개발기획팀장, 세븐일레븐의 안병덕 경인지역 팀장에게 점포 발굴 노하우를 들었다. 세 사람은 10~15년간 서울·수도권 점포 수백여 곳을 발굴한 상권분석 전문가다.

◆ ‘질 좋은 정보’를 얻고 배후지를 조사하라

이철환 BGF리테일 개발6부장은 정보원 확보를 우선과제를 꼽는다. 상가 주변 상인과 종업원부터 초등학생까지 활동량이 많은 정보원을 다수 만나 대화해야 한다. 유명 상권을 고집하기보다 자기 집 근처부터 물색하라고 조언한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과일가게, 미용실, 배달음식 전문점 등을 먼저 찾아라. 자주 찾아가 동네의 분위기와 특성을 확인해야 한다. 얼마전까지 편의점 개점에 앞서 배후 상권 분석에 치중했다. ‘얼마나 많은 고객이 점포를 방문할 것인가’를 따졌다. 지금은 다르다. 고령화, 1~2인 가구 증가 등 인구 구조가 변한데다 업종간 경쟁도 심해 숫자 위주 분석은 의미가 없다.”(이철환 BGF리테일 개발6부장)

이 부장은 거주자 분석을 중시한다. 주변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지보다 내 점포의 고객이 될 지를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안병덕 세븐일레븐 경인지역 팀장도 일정 지역의 배후지(기존 상권과 잠재고객 총칭) 분석을 중시한다.

“유동인구는 그야말로 ‘움직이는 사람’일 뿐이다. 거주인구와 집객시설을 이용하는 유동인구의 활동 목적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동인구가 없더라도 직·간접적인 배후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를 가늠해봐야 한다”(안병덕 세븐일레븐 경인지역 팀장)

이준 GS리테일 점포개발기획팀장은 상권 범위(150m) 내 주거형태별(아파트, 연립, 빌라, 단독주택, 오피스텔, 원룸, 기숙사 등) 총세대수 및 모든 시설물(사무실, 학원, 유흥업소, 여관, 병원 등)에 근무하는 근무자 수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이라고 조언했다. 이후 관공서 등에 공개된 자료를 통해 고정 고객들의 연령대별, 성별 인구수를 가늠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동인구는 단지 숫자보다 인도와 도로 상태, 시간대별 특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팀장은 “유동인구는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하지만, 1m 수준으로 인도 폭이 좁은 곳은 단순히 흐르는 유동이 될 수 있고, 반면 6m 이상 인도 폭이 너무 넓으면 사람들이 점포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기존 경쟁점 뿐 아니라 미래의 경쟁점까지 예상야”

신규 점포 업종이 식·음료점으로 쏠리다 보니 경쟁점에 대한 연구도 중요해졌다. 안병덕 세븐일레븐 팀장은 배후 상권 분석이 끝난 이후에는 선택 지역의 경쟁점 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경쟁점의 수뿐만 아니라 면적·운영상태·고객 인지도 등이 조사항목이다.

안 팀장은 “많은 이들이 주변에 경쟁점이 있으면 쉽게 개점을 포기한다”며 “주요 고객의 동선, 점포 면적, 시간대별 경쟁 여부를 생각해 업종 및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준 GS리테일 점포개발기획팀장은 경쟁점 파악 시 자신이 생각한 업태 뿐 아니라 상·하위 업태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편의점을 개업한다고 경쟁 편의점만 파악할 것이 아니라 담배를 판매하는 다른 업종의 가게, 슈퍼, 할인점, 구멍가게, 백화점 등 비슷한 업종을 모두 조사해야 한다. 또 분식집, 패스트푸드 등 2차 경쟁 현황까지 정확히 체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철환 BGF리테일 개발6부장은 선택한 지역의 상권 분석이 끝나면 해당 지역의 개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권은 항상 살아 움직인다”며 “지금은 활성화된 상권이지만, 곧 재개발, 회사 이전 등 상주인구 감소 같은 악재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3개 업체의 개발 팀장은 모두 점포를 구할 때는 ‘비어있는 자리’는 구하기 쉽지만, 이미 ‘차 있는 자리’를 노려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병덕 세븐일레븐 팀장은 “선택 지역에 어울리지 않는 업종을 운영하는 점포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지하철역 출입구와 광역버스 정류장이 있는 곳에 타이어 판매점이 있다면 식음료점으로 바꿔 개업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며 “권리금을 주더라도 기존 영업주를 설득해 자리를 얻는 방법을 고려할만하다”고 말했다.

[허성준 기자 hu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