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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 공공의 적, 상가건물

LBA 효성공인 2016. 4. 23. 11:31

[I ♥ 건축] 공공의 적, 상가건물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건축적 문제는 아파트로 획일화되어 가는 주거 형태에 있다. 인구가 늘고 고밀화가 되면 아파트 형식의 고층 주거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파트를 만들면서도 도시를 더 낫게 만들 수 있는 디자인은 얼마든지 있다.

현재의 아파트 디자인의 문제점 중 대표적인 것은

대규모 단지화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대규모 단지가 되면서 만들어지는 담장이 문제다. 담장으로 쳐지고 보통 시민들이 통과를 못하게 하는 아파트 단지는 섬처럼 고립되어 도시의 소통을 막고 있다. 이 같은 담장 문제의 시작은 아파트 주민을 위한 `상가`라는 건물 형태 때문이다. 새로 지은 대형 아파트 단지에 가면 자동차는 모두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 있고 지상에는 보행자들이 안전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역세권이 있는 사거리 쪽에는 5층 정도의 대형 주민용 상가를 배치해 놓고 있다. 얼핏 보면 살기 편하고 좋은 구성인 듯하지만 이 디자인이 도시를 망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은 도시를 만들려면 5층짜리 상가를 분해해서 단층짜리 가게로 아파트 단지의 담장을 따라 배치를 해야 한다. 가게들은 거리에 활기를 주고 사람들을 걷게 만드는 도시가 가지는 `무기` 중 하나이다. 그런데 그런 상가를 한 `점`에 모아놓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걷지 않고 자동차를 타고 `점`에서 다른 `점`인 상가건물로 이동한다. 이렇듯 대형 아파트 상가건물은 도시를 `점조직`으로 만들고 있다.

도시에 필요한 것은 `점`이 아닌 `선`이다. 선형으로 상업가로가 조성되어야 다른 지역으로 사람들이 걸으면서 이동할 것이다. 대도시라도 상점거리의 네트워크를 잘 디자인하면 더 살고 싶은 환경의 도시가 될 것이다.

지금의 대형 상가건물 구성은 사람들을 단지 내에서 갇혀 살거나 자가용만 이용해서 다음 번 단지로 이동하게 만든다. 그래서 지하주차장에서 지하주차장으로 이어지는 단조로운 삶의 패턴이 우리의 도시생활이 된 것이다. "아름다운 거리를 걷다보니 옆 동네까지 오게 되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의 도시가 제대로 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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